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蠶子	(2003-08-26 21:37:32, Hit : 6017, Vote : 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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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시리즈 03 - 기자기자(其子其子)

기자기자(其子其子)

"그놈이 그놈이다"

신망받는 유능한 인물이 정치판에 들어서면
우리는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
허나 머지않아 그 인물은 권력의 단맛에 빠져버린 나머지
초심을 잃어버리고 기존 세력과 부합하니,
이를 이르러

"그놈이 그놈이다"

라 한다.

반대로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서 맑은 눈과 마음을 갖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이 고사성어는 황(黃)나라 태조인 천충사심(天蟲士心)이 홀연히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간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때는 적(赤)나라 말기,
왕의 외척이 왕권을 좌지우지하여
민생은 피폐해지고
변방에서는 군벌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에 지방군벌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에서 군대가 파견되는데
그 속에 천충사심이란 자가 있었다.

천충사심은 군마(軍馬)를 관리하는 하급관리.
출중한 무예실력에 손자병법을 유수와 같이 외는 인물이지만
맑은 눈을 가진 장군을 만나지 못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날 훌륭한 장군이 새로이 부임한다는 소식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그 장군 또한 재력 키우는데만 눈이 팔렸더라.
돈이 없으면 평생 군마 똥 치우는 일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홀로 무심천(無心川)를 찾았다.
"기자기자(其子其子)로구나.
다들 똑같은 놈들이다. 나만은 절대 그러하지 않으리!!"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넑두리를 한다.

그렇게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천충사심은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들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시작한다.
온 백성이 평등한, 권력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무릉도원!!

이에 천충사심은 뜻을 같이하는 세력들을 규합하여
역모를 꿰하니
천명(天命)이 천충에 있고 인화(人和)가 사심에 있으니
적나라를 멸하여 마침내 천충사심은 황나라를 개국하게 된다.

황나라 태조 천충사심.
그는 전란 후의 피폐해진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한편,
강력한 왕권을 수립하는데 힘을 써서 태평성대를 구가하게 된다.

태평성대가 계속되자
천충사심은 점차 주색에 빠져들게 되고
목숨까지 나누던 충신들도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키우는데만 급급하게 된다.

어느날
자신이 어려운 시절에 찾았던 무심천(無心川)을 지나게 되는데
그 옛 추억에 취해 한줄기 눈물이 빰을 가르더라.
헌데, 홀연 강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기자기자(其子其子)로구나.
다들 똑같은 놈들이다. 나만은 절대 그러하지 않으리!!"

천충사심은
말 타기도 힘들 정도로 살이 쪄버린 자기자신을 훑어보고,
길게 느리워진 첩들의 가마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한바탕 웃어제낀다.

"으하하하하하~~~!!"

그러고는 홀로 말을 몰아 산으로 들어가니
뒤쫓던 병사들은 다만 천충사심의 애마(愛馬)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누구도 천충사심을 본 이가 없었다.

훗날 사람들은 천충사심이 인간의 어리석음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