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蠶子	(2010-11-07 16:31:33, Hit : 3053, Vote :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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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시리즈 08 - 여봉여봉(如奉如奉)

"휴~~~
아 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런게 아닌데..

뭔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뭐 그런 보람된 일 없나?.."

김과장은
오늘도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는 길,

남들이 다 부러워 하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위아래로 인정까지 받는 김과장은

이렇게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집에 돌아온 김과장은 후다닥 저녁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전업으로 하기엔 생계가 막막하고..
주말에 짬 내서 해봐?

음..
봉사카페,
봉사소모임,
주말봉사.."

인터넷으로 여기 저기 봉사카페를 돌아다녔지만 이내 지쳐버렸다.

"별로 내키지도 않네,
에휴~ 그냥 잠이나 자자~"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이날 아침도 여느 평범한 아침인듯 싶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 빵집 앞에서 저 아가씨를
스쳐지나가게 되었으니까.

'어, 저 아가씨 어제 술 먹었나? 화장이 떴네~ㅋㅋ '

매일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에게서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랄까?

아가씨의 뜬 화장에 피식 웃으며 잰걸음으로 지하철역을 향했다.

그런데 지하철역 앞에는
왠 괴이한 노인이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봉~
여봉~
여봉봉~

봉보로봉봉 여봉봉~

남의잠지타불 관음증보살~

여봉~
여봉~
여봉봉~

봉보로봉봉 여봉봉~

남의잠지타불 관음증보살~"

그 노인은
이상하고 희한한 노래를 부르며
100만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춤을 추고 있었다.

'뭐 저런 또라이 같은 노인네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귀찮은 듯 스쳐 지나가려고 했다.
아 그런데..

덥썩!!

"이봐 젊은이!!"

그 또라이 같은 노인네가
김과장의 팔뚝을 잡은 것이다.

"아 왜 이러세요!!"

깜짝 놀란 김과장이 노인의 손을 뿌리치려는 순간,

아 글쎄 김과장은
그 노인의 눈을 보게 된 것이다.

뾰로롱~ 뾰로롱~ 뾰롱롱~
*.,*

"이봐 자네,
나 아메리카노 한잔 사주게."

"아..

아, 네.."

무엇에 홀린 듯
김과장은 괴노인과 함께 인근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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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과 괴노인이 창가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간간이 김과장이 박장대소를 하고
괴노인은 그 흐름을 놓칠세라 계속 말을 이어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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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과장이 스타벅스를 나왔을 때는
이미 출근 시간이 지난 터라
역 인근이 한산했다.

노인과 헤어진 김과장은
5억년 묵은 불여우에 홀린 기분이었다.

"노인네 무슨 얘기야..
여봉여봉(如奉如奉)?, 돈 많이 버는 봉사라구?

직장생활을 봉사 하듯이 하라구?
결혼생활을 봉사 하듯이 하라구?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윽!! 그나저나 완죤 지각이다.
클 났다."

후다닥~~~

후다닥 헐레벌떡 김과장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 죄송..."

"어! 김과장 벌써 미팅 끝난거야?"

"(아! 맞다.. 오늘 현장 출근이었지..)
아니오 깜박하고 서류를 놓고 와서요."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거래처 박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과장님, 죄송합니다. 오늘 미팅 제가 좀 늦을 것 같애요.
오늘 사무실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아~ 잘 되었네요. 저도 막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요,
새벽에 우리 애가 갑자기 고열이 나서
지금 병원에 입원시키고 오는 길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미팅 스케줄 다시 잡..
아, 아!
박과장님! 그럼 제가 뭐 도와 드릴게 있나요?"

"아.. 아닙니다. 말씀만이라고 고맙네요.
.
.
.
.
저기.. 김과장님!"

"예?"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오늘따라 목소리가 밝으셔서..
.
.
.
하여튼 고맙습니다.^^"

" 하하. 아닙니다. 다시 연락드릴게요. ㅋㅋ"

이날 김과장은 괴이한 생각 때문에 도저히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 하고 일찍 집으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뭔가에 홀린 듯한 하루를 보낸지라
그냥 쇼파에 누워 편히 쉬려고 했으나
부엌에서 저녁 준비하는 아내가 자꾸 눈에 밟혔다.

"이쁜아, 내가 뭐 도와줄까?"

"어? 왜 그래요~ 왜 안하던 행동을 하지?
무슨 좋은 일 있어요?"

"하하, 아니.. 뭐.. 우리 이쁜이가 너무 이뻐서..
양파 썰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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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ㅇ을 위대한 글로벌 도덕적 기업으로 키운 김회장은
대철학자, 蠶子와의 첫 만남과
일평생 좌우명으로 간직한 <여봉여봉>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