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나를 태조 이성계라 부른다.

 

역사는 나를 태조 이성계라 부른다.

나는 조선을 개국했다.

 

그러나

새 시대를 여는 기쁨도 잠시,

조선의 개국을 도왔던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 아들 방원이

내 아내와 자기 형제를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혼란스런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어 이곳 소요산으로 왔었다.

그 일이 벌써 600년 전이라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구나..

아~ 이곳이 내 행궁이 있던 자리구나..

후세 사람들이 이렇게 나의 자취를 기억해주니 고맙구나.

 

마음이 심란할 때면 자재암에 들러 염불을 외곤 했었다.

인생무상이라..

개국공신들은 항상 그렇게 내 곁에 있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후계 문제가 불거지자 그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방원아.. 

네가 왕이 된 것도 하늘의 뜻이겠지만 

네가 저지른 업보는 반드시 돌려 받을 것이야.

부디 선정을 쌓기 바란다.

 

소요산 칼바위를 지날 때면 창졸들의 창날을 딛고 걷는 기분이었다.

그 옛날 전장을 누비던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고려의 무신 가문에서 태어났고 누구보다도 용맹한 장수였다.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으며

마지막 일생일대의 사건인 위화도 회군에 성공함으로써

조선 창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나한대>  

 

나한대를 거쳐 의상대에 올라보니,

위화도 회군이 나한대라면

조선개국은 의상대였구나.

 

<소요산 정상, 의상대>

 

정상은

누구나 오르고 싶어하는 곳이지만

누구나 오래 있지는 못하는 곳이다.

정상은 비좁고

끊임없이 오르려는 자들로 부산스럽기 때문이다.

 

의상대에서 조금 비껴난 이 편평한 바위를 난 좋아했다.

의상대의 비좁음과 정상을 서로 차지하려는 부산함도

이 너럭바위에서는 피할 수 있었다.

호위무사들은 이 너럭바위를 태조대라 불렀다.

 

태조대에 앉아 있으면 백성도 보이고 왕도 보였다.

 

한때는 이 세상의 주인이 나 인줄로만 착각하고 살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세상의 주인은 백성들임을 알겠더라.

 

방원아..

내 너를 벌하려는 마음을 접었다.

백성들을 위해 선정을 베풀거라.

 

난 소요산에서 좀더 소요하다가 내려갈테니..

 

 

 

 

 

 

 

-소요산120226 (mt.Soyo)

본 산행은 태조 이성계가 이방원의 '왕자의 난'을 피해

소요산으로 떠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