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뽀, 점(占:divination)
"너 객사해!!
술 그만 쳐먹어!!"
11월의 어느 쌀쌀한 저녁,
과장님, 나, 양기사 그리고 막내는 포차(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날 화제는 과장님의 점집 체험.
용하다는 어느 보살집에 형수님하고 같이 가셨다는데
그 보살이 과장님 생년월일을 보고는 술 그만 먹으라고 위와 같이 일갈하더란다.
사실 우리 과장님은 술을 좀 과하게 하신다.
그리고 과장님의 결혼생활과 기타 사항들에 대해서도 놀랄 정도로 소상히 이야기를 하더란다.
과장님의 쇼킹한 체험에 강하게 매료된 진교오빠!!
가만히 있을 순 없지롱! ㅋㅋ
진교오빠의 현장르~뽀,
점(占)
새벽 2시.
진교오빠와 양기사는 그 점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새벽에 예약을 받는다는 형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졸린 눈을 비벼야 했다.
저기 환한 곳이 바로 그 곳이다.
두근두근 심장이 가볍게 떨려 온다.
간명(看命:사람의 命을 봄)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분석과 접신.
사주팔자를 분석함으로써 사람의 인생을 볼 수도 있고
신을 받아 특이한 능력을 갖게 됨으로써 타인의 인생을 볼 수도 있다.
보살은 후자의 경우이다.
예약 순서에 우리 이름을 올리고 근처 편의점 가서 요기를 했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ㅋㅋ
기념사진 한 장 박자고!!
예약을 마치고 다시 양기사 집에 돌아와 짧은 잠을 청한 후 바로 출근했다.
하루종일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마음은 그 보살집에 있었다.
드디어 퇴근시간!
6시 땡 치자 양기사와 진교오빠는 다시 그 보살집으로 나는 듯 달려간다.
드르륵~!
문을 열자 대기실은 아줌마들로 꽉 차 있었다.
젊은 총각 둘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뻘쭘하다.
그래도 신이 난 진교오빠는 양기사를 데리고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가만히 아줌마들의 대화 내용을 듣고 있자니 보살 마니아도 여럿 있었다.
정기적으로 제사상을 봐주는 아줌마도 있었고,
보살과 수다 떨고 가야겠다고 순서를 제일 뒤로 미룬 아줌마도 있었다.
위와 같이 젊은 여성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러한 점집 출입을 자주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중년 남성도 있었는데
분명 그 남성은 인생상담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보살이 간명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보러왔으리라...^^
지루한 세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보살의 방으로 들어갔다.
보살의 방은 작고 좁았으면 여러 기물들로 꽉 차 있었다.
진교오빠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은 종이를 내밀었다.
생년월일을 보더니 보살은 폭포수 같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무 빨라서 받아적기 어려울 만큼.
좋은 직업,
천성의 장단점,
그리고 올해, 내년, 내후년 월별로
사고, 싸움, 수술 퍼센트 수치,
궁합이 잘 맞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보살의 이야기 중 재미있었던 부분은
"넌 임마 승질이 개x같어.
융통성 없고, 가는 길만 가고, 외골수고, 싫은 건 죽어도 안하고, 아부 못하고..."
내 천성의 단점을 정확히 꼬집었다.
그러나 그 성격적 결함을 고치려고 진교오빠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살은 알까?
보살은 천성의 단점을 정확히 꼬집는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천성의 이러한 점이 나쁘니 이래이래 고쳐라 라고 조언해주었어야 했다.
그것이 올바른 상담일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상담!!
상담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진교오빠 다음의 양기사는 상담시간이 더 짧았지만 만족한 표정이었다.
여러 가지 갈등사안에 대해 확신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리고 양기사한테도 술 이야기가 나왔단다.
양기사 술 좀 그만 먹어!! ㅋㅋ
다시 양기사 집으로 돌아와서 오징어 회에 맥주를 마시며
점집 갔다 온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그렇게 그렇게 스물 아홉 해의 가을밤은 깊어만 갔다.
현장르~뽀, 점(占)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벽을 허무는 행보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물론 진교오빠의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20051127
경계를 허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