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럭셔리 고시원 (Good-Bye! Luxury Gosiwon)
고시원에서 월세방으로 이사하는 날.
2년동안 정들었던, 내 몸 때 묻은 404호방을 바라본다.
짐은 별로 늘어난 것이 없어.
고작해야 컴퓨터와 옷가지 정도.
2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커다란 안경으로 빛을 쏟아내던 네 녀석을 보고는
단번에 매료당했지.
아마 네 녀석의 큰 안경이 없었더라면
2년 간의 고시원 생활은 불가능했을지도 몰라.
네 큰 안경이 이 방을 1.5평이 아닌 수천평으로 만들어줬으니까.ㅋㅋ
네 안경을 통해 바라봤던
사계절의 아차산과 어린이대공원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야.
밤에 불끄고 침대에 누우면 유난히도 천장이 넓어보여서
서울 하늘 아래 이 만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게 너무도 뿌듯했던 기억.
친구라도 놀러오면 너무 비좁아서 민망했던 기억.
옆방에 들릴까봐 방귀 뀌기도 조심스러웠던 기억.
그리고 특이했던 옆방 사람들에 대한 기억.
수많은 기억들이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버렸어.
어느새 고시원의 친숙함에 길들여진 내 자신을 발견하고는
떠날 결심을 했다.
앞으로 단란한 가정을 꾸릴 진교오빠에게
고시원은 더 이상 머무를 장소가 아니기에.
20051018
내 생애 언젠가
다시 고시원에 들어올 날이 생긴다면
기꺼이 즐겁게 살아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