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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합(First Match)

처음으로 단체전 시합에 나갔습니다.

서울에만도 검도를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더군요.

2천여명이 참가했답니다.

검도 경기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뉩니다.

5인제 단체전의 경우

5인에게 이름이 부여됩니다.

선봉, 2위, 중견, 부장, 주장.

저는 4번째 부장이었지요.

첫 번째 단체전 시합은 송파검도관과 겨루었습니다.

생애 첫 시합.

결과는 무참한 패배였습니다.

상대를 너무 정신없이 몰아부친 나머지 헛점을 보였네요.

첫 번째는 머리를 맞았고 두 번째는 손목을 맞았습니다.

그래도 다행 내 앞의 선봉, 2위, 중견이 잘 해주어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경기는 은평검도관과 했는데

선봉 지고 2위 이기고 중견 지고,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사범님이 쿡쿡 찌르며 한마디 합니다.

"진교씨! 비겨! 비겨야 돼"

"아.. 예.."

<비기라고? 비기는 것은 배우지 않았다구!>

진교오빠가 최소한 비기고

내 다음 차례인 우리 도장 에이스가 이기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요.

드디어 은평검도관의 부장과 겨루게 되었습니다.

비기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진교오빠는

다시 과감한 공격을 퍼부었고

시합 경험이 많아 보이는 상대는 그런 진교오빠의 헛점을 파고 들었습니다.

결국 진교오빠는

머리를 맞고 손목을 맞아 2:0으로 패배를 하고 맙니다.

따가운 내 뒤통수.

다른 선수들 보기 민망합디다.

<비겨야 할 때도 있는 거구나...>

진교오빠가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쳐서 비겼다면

우리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생애 첫 출전에서 두판 내리 진 진교오빠는

착찹한 심정으로 호구를 꾸립니다.

<아..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되는 구나..>

집에 오는 길.

그림자의 축 쳐진 어깨가 보도블럭에 척 깔립니다.

와인잔 속의 노을 맥주가

참 이쁘네요.

20050612

비겨야 할 때도 있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