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t. Cha. (차병장을 만나다)
남자가 세월이 흐른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중에 한가지가 오랫동안 못 만났던 어떤 사람을 다시 만날 때다.
전역한 이후
차병장과는 연락이 뚝 끊겼었는데
어느날 차병장이 이 홈에 접속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 연락을 하고 만날 날을 겨누다가
드디어 1등급 수질의 강남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잠깐 자료 사진 살펴보고 간다.
자 끝발 날리던 병장시절.
우리 두사람 두눈에서 불똥이 튀기는 신비한 광경을 찍은 사진이다.
진교오빠는 어딜 가든 동기복이 있다.
군대도 예외는 아니어서
형준이가 보름 정도 일찍 와있었다.
형준이는 이등병 막내가 해야할 일을 가르쳐 주었다.
그때는 얼마나 힘이 되던지...^^
아시다시피
군대는 계급별로 하는 일이 있는데
우리가 막내였을 때는
개밥 나르는 일과 내무실 신발을 정리하는 일을 했었다.
신발정리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는 일이다.
TV도 못보고
각잡고 앉아있다가
말년병장들이 휘휘 벗어놓은 신발을 보면
쏜살같이 달려가 각잡아 놓고
다시 제자리 와서 각잡고 앉아야 했다.
마치 기계처럼.
아..지금 군대에서는 없어졌겠구나.
우리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같이 군대 있을 때 비하인드 스토리,
동기들 소식,
여자친구 이야기,
직장생활 얘기 등을 이어나갔다.
5년 만에 만나는 사람이라 소주가 취할 줄을 모르더라.
이 녀석 이 샷을 기억할라나 모르겠네.
며칠 뒤에 통화를 해보니깐
맥주 마신 기억이 없다는데...
하긴 카메라 앞에서 이런 포즈 취할라면
맛탱이가 "쪽"이 아니구 "쭈~욱" 가야 가능하지.
하여간 차병장 반가웠으이.
물 좋은 강남, 어느 귀퉁이에서 차병장을 만나다.
200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