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는 날.
"집"이란 존재의 영혼은 "사람"이라 했던가.
이삿짐이 빠지고 사람도 빠진 이 "집"은 혼 빠진 광인(狂人)의 모습이다.
헌집.
낡고 오래된 집.
"지겨워 지겨워" 라고 불리던 그 집이,
이제 기억 속의 집이 되어버렸다.
연탄 보일러.
독한 연탄가스에 부식되는 바람에
1년에 한번씩은 교체를 해줘야 했지.
연탄 보일러 고치는데는 이력이 나버렸어.
올 설날 때도 보일러에 물이 새는 거야.
옛날 같았으면
"어휴 또 고장났어? 이사 좀 가자니깐요."
했을 것을 요번에는 조용히 자전거 끌고 나가서
이젠 구하기도 힘든 보일러를 사왔지.
그리고는 너무나도 능숙한 솜씨로 뚝딱 설치하고는
"이 짓도 이게 마지막이구나..."
시원섭섭했었지.
그렇게 연탄 보일러가 불편하긴 했지만
방바닥 따뜻하고 연비도 싸고 그랬다.
서명희 作
제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주셨네요.
영광이옵니다. 서명희 님.
20040505
중력식 화장실.
물을 내릴 필요가 없는 용변 낙하 시스템.^^;
냄새 나고 보기 민망한 것은 둘째 치고.
여름 장마철에 가관이다.
장마철에는 물이 튄다. ㅋㅋ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미리 신문지를 깔아놓고 일을 보는 것인데,
급하게 들어와 신문지가 없을 때는
변이 우리 신체를 떠나는 순간,
잠깐 일어나야 한다.
그러면 튀어도 안묻는다.
그밖에도 집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밤마다 천장을 긁어대던 노처녀 쥐 스테파니 이야기며,
추운 겨울
겁없이 온돌 바닥에 배깔고 잠을 자던 바퀴벌레 찰스 등등.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우리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신다.
좀더 일찍 올 수도 있었지만
우리네 아버님들이 대개 그러시듯.
변화를 싫어하시고 이사가는 것과 같은 큰 일을 엄두 못내셔서 많이 늦었다.
옛날 집이 그립긴 하지만
난 지금 집이 좋다.
사람은 되도록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한다.
<옛날 우리집 collection>
Upload April 19.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