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 제 38 화 : 여행의 향방은?>

 

< 지난 밤의 고떼루 >

 미즈노 히로바 공원 (Misuno Hiroba Park)

노숙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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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내용

 벤치가 짧아서 바닥에서 자야되고

공원이 모노레일 입구에 있어 은페성도 떨어진다.

 

어제는 하도 막막해서 2시간 넘게 걸었다.

 

여기는 미즈노 히로바(Mizunohiroba)공원. 항만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내 뒤로는 도쿄 빅사이트가 우뚝 서 있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어제 신문에서 본 일기예보대로 오늘은 날씨가 좋다.

8월의 하순으로 접어드는 즈음. 새벽 공기에는 가을의 냄새가 난다.

지금부터의 여행은 집에 가까워지는 여행.

막상 일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섭섭하네. 그동안 정들었는데.

 

자전거하고 짐 찾으러 가야지.

다시 2시간 걸어 올라 갔다.

아침을 굶었더니 기진맥진 하구나.

다리는 힘이 풀리고 눈은 초점을 잃었다.

그 자전거 수리점에 도착하니 마침 점원이 내 자전거를 만지고 있었다.

자전거는 둘째치고 먹을 것 준다는 약속이 궁금했다.

설마 이 사람이 먹을 거 주랴 했는데 왠 박스하나를 가져 왔다.

주먹밥이니 도시락이니 과자니 하는 것이 한박스 가득 있었다.

난 슬쩍 웃는다. 그거군.

 

자, 이런 먹을 거리를 "로스"라고 하는데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지난 폐기품이다.

하지만 안전율이 있기 때문에 하루 지난 것은 먹어도 별 무리가 없다.

"로스" 는 이노가시라 공원에서 배준걸씨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배준걸씨 하는말

그거 잘 먹어야 한다고.

잘못 먹으면 병원에 실려간다고.

 

하여간 그거라도 준 점원에게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2천엔에 가까이 되는 음식들이었으니까.)

          <오가베상 아리가또(고마워요)>

 

하여간 고맙다고 연거푸 인사하고 빠져나와 인근 공원에서

마치 일주일 굶은 그지가 잔치음식 먹듯 허겁지겁 먹어댔다.

아니다. 이럴 때는 리얼한 표현을 쓰는 게 좋겠다.

한마디로 허겁지겁 "쳐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모습은 가관이었다.

"허겁지겁 먹다"라는 말의 의미를 몸으로 체화했으니.

 

먼저 쉽게 상할 만한 것을 먼저 먹었다.

배부르게 먹었건만 아직도 많이 남았다. 흐뭇하다.

배가 부르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눈에 힘이 "빡" 들어갔다.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경계하자. 이 음식이 어느 때에 독이 될지 모르니.

 

자 식사는 해결됐고. 이제 항만 터미널로 가자.

그런데 산넘어 산이라고 또 하나의 산이 있다.

배에 자전거 싣으려면 2천 5백엔 정도의 돈을 내야 하는데 그럴 돈이 없다.

부산에서 일본오는 배는 돈을 안받는데 일본 내에서는 받는 눈치다.

어쩌지 수중에는 단돈 500엔 남짓 남았는데...

 

배 시간이 되서 승선을 하는 시간이다.

다른 Byclist는 자전거를 화물칸에 싣는데 난 무작정 가지고 타려고 했다.

당연히 승무원이 날 잡는다. 자전거는 안된다고.

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동전을 흔들어 댔다.

 

"고래와 젠부, 고래시까 아리마셍!!(이게 전부예요, 이것밖에 없어요.)

오네가이. 오네가이. 오네가이시마스(부탁, 부탁,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간절하게 빌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진짜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빼짝 마르고 쌔카만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승무원 잠시 사무실에 갔다오더니 300엔 짜리 수화물로 끊어줬다.

 

"아리가또. 도모 아리가또.(감사 정말 감사합니다.)"

 

목뼈가 부러질 정도로 인사를 했다.

 

원래 자전거 화물비는 2천 5백엔 정도다.

나는 기뻐서 너무 기뻐서 펄쩍 펄쩍 뛴다.

 

'얍!! 드디어 배를 탄다."

 

드디어 배는 출발했다.

도쿄의 석양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사요나라!! 도쿄>

 

그동안 미운정 들었던 도쿄다. 나한테 심술부리고 그랬는데

막상 헤어지려고 하니까 너무 서운하네.

 

갑판에 올라보니

강풍은 불고 가슴은 벅차오르고.

그래서 힘차게 외친다.

안녕 도쿄~~ 안녕.

사요나라 도쿄.

 

따져보니까 6일만에 샤워를 했다. 아 개운해.

달은 밝고 도쿄는 어느새 작은 점들이 되어버리고

달빛 묻은 밤바다는 뱃전에 부서지고...

 

아~~ 너무 좋다.  내가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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