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눈을 비비며>

졸린 눈을 비비고 새벽 대문을 나서면

오렌지색 가로등이 머리에 쏟아지지.

비몽사몽 걸으면서 보면말야 세상이 뿌옇고 심하게 흔들려 있더군.

 

모두들 자고 있어.

슈퍼마켓에 용달차 군, 세탁소의 간판 군,

그리고 아파트 단지의 분리수거 쓰레기통 군도.

 

곤이 자고 있는 거신병 옆을 살그머니 지나면

이제 그곳까지는 반 온거야.

 

그리고 교회의 십자가와 무당집의 깃대를 지나면

교회의 종소리와 무당의 방울소리가

내 발자국 소리에 숨죽이고 있지.

그러면 그곳에 거의 다 온거야.

 

200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