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크리스마스>

 

 

 

돌이켜보면 인상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없었다.

옆집 창수가 받은 선물은 사실 창수 누나가 사온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년 내내 착하게 지내고 연말을 기대해 보면

언제나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텅빈 마음밖에 없었다.

가정이란 곳이 사는데 지치면 그런 것을 잊고 지내는 법이다.

그렇다고 연인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 적도 없다.

하지만 난 크리스마스가 좋다.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 받고, 길거리에서는 연신 캐롤송이 울려퍼지고,

교회 뾰족탑에는 반짝이 줄이 걸려있고, 사람들이 행복해 하고... 그런게 좋다.

 

크리스마스 이브. 어쩐지 산에 올라 청주시내를 보고 싶다.

산에 올라보니 내가 살던 곳은 불빛의 바다였다.

손 바닥으로도 가려지는 작은 바다에서 난 그동안 아둥바둥 살았었다.

 

저 밝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저 어두운 곳에서는 사람들을 증오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불빛의 바다로 들어가야한다.

밤에 산길을 걷는 것은 공포다. 말 그대로 칠흙이다.

하지만 불빛들은 항상 나의 목적지를 말해준다.

산성에서 내려왔는데 버스가 없다. 없으면 시내까지 걸어야지. 뭐.

 

불빛의 바다로 가는 길은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다.

얼었던 몸을 녹여주는 신라면 한사발을 먹은 뒤에 담배 한 대 피우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불빛의 바다 속에서 영우가 나를 기다린다.

산에서 바라본 불빛의 바다 안에는 사람의 바다가 있었다.

어디서 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자꾸 쏟아져 나왔다.

영우와 나는 그 사람의 바다 속에서 사람을 작은 암실에 담는다.

 

이렇게 한번의 크리스마스는 지나간다.

 

 

 

 

 

 

아! 깜박했었군. 크리스마스 선물은 딱 한번 받아 본적이 있다.

군대있을 때. 펜팔하던 여고생으로 부터...

나와 정말 재미있는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지금은 어엿한 숙녀가 되 버린 사람.

고맙다.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

 

 

2001.12.24